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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600016
한자 湖南-眞髓-綾州-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전라남도 화순군 능주면
집필자 이경엽

[능주 씻김굿 세습 현황과 세습 무녀 박정녀]

전라남도 화순군 능주면 일대는 세습 무계의 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유명하다. 조씨·공씨·안씨 무계를 비롯해 여러 성씨들이 지역 기반을 갖고 무업에 종사해 왔다. 얼마 전까지도 능주 지역에는 세습무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박정녀 무녀와 그의 아들 박웅석과 소수의 능주 출신 인사들이 전통을 잇고 있다.

박정녀는 화순군 능주면 잠정리에 거주하고 있으며 나이는 90세[1924년생]이다. 그녀는 도암면 정천리에서 5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족들은 군산으로 이사를 갔다. 당시의 조혼 풍습으로 인해 그녀 나이 15세[1942년] 때에 능주읍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 결혼은 친정아버지와 시아버지가 서로 친구 사이였던 것이 인연이 되어 맺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남편은 조계남이며, 조도화와는 사촌지간이다. 박정녀는 슬하에 4남 2녀를 두었다. 남편 조계남은 23년 전에 사망하였는데 당시 나이는 72세였다.

[능주 씻김굿의 구성]

굿을 하는 과정에 따라 장소가 달라지고 그 절차에 맞는 제상(祭床)이 차려진다. 물에 빠져 죽은 혼을 위로하는 굿을 할 경우 먼저 강가에 가서 혼 건지기를 하고 집으로 모시고 온 뒤 마당 돌기를 한다. 마당 돌기는 혼 맞이를 한 후 집안에 들어오면서 마당을 세 바퀴 돌고 봉창 옆에다 술을 부어주는 ‘주점’을 하는 절차이다. 이어 안당부터 제석굿까지는 집안에서 하는데 해당 굿의 성격에 맞춰 ‘간데 말래’ 또는 안방에서 굿을 한다. ‘간데 말래’란 대청마루에 해당하는 ‘가운데 마루’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오구굿부터 중반부 이후의 절차는 마당에서 연행된다. 한편 사람이 죽은 삼 년이 지나지 않은 ‘진굿’의 경우 마당에서 연행되지만 삼 년이 지난 이후에 하는 ‘마른굿’은 마당에 따로 굿청을 차리지 않고 실내에서 모두 연행했다고 한다.

[능주 씻김굿의 연행 과정]

요즘은 전통적인 굿을 보기 어렵다. 능주 씻김굿의 전통을 잘 보여주는 영상[1986년 촬영]을 중심으로 굿 진행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씻김굿의 절차는 ①혼맞이 ②안당굿 ③본향 ④조상굿[선부리] ⑤지왕풀이 ⑥제석굿 ⑦오구굿 ⑧넋올리기 ⑨고풀이씻김굿 ⑪길닦음 ⑫대신치기 ⑬사신 순으로 진행되었다.

① 혼맞이

혼맞이는 망자의 원혼을 맞이하여 굿청에 청배하는 절차이다. 대문 안쪽 마당에 상이 차려진다. 대문을 활짝 열고 밖에서 안쪽으로 길게 무명베를 늘여 뜨려 놓고 그 가운데쯤에 제상을 놓는다. 상 앞에는 종이로 만든 '넋'을 담아 놓는 '넋 상자'를 두고 그 앞에 망자의 옷을 펼쳐 놓고 신발을 놓는다. 무녀가 상 앞에서 서서 징을 치며 무가를 부르고 무녀의 복장은 남색 치마에 흰 저고리 한복을 입는다. 악사의 복색은 두루마리 한복을 입고 갓을 쓴 차림이다.

혼맞이에서 사용되는 장단은 흘림 장단이다. 무녀는 지전(紙錢) 2개와 신칼 2개를 양손에 들고서 혼을 청하는 무가를 부른다. 그리고 지전으로 넋을 집어 올리면서 '천근 말'을 한다. 그리고는 중모리 장단에 맞춰 '천근 소리'를 2장단 정도 부른 후 천근 말을 하고 다시 같은 방법으로 천근 소리를 한다. 이런 식으로 천근말과 천근소리를 4번 반복한다.

② 안당

안당은 방 안에서 이루어진다. 무녀가 제상 앞에 앉아 징을 가만가만 치면서 무가를 부른다. 악사들은 좌측 뒤편에 앉아 반주를 한다.

③ 본향[본양]

본향은 집안의 액을 막고 안녕과 복을 비는 내용의 굿이다. 무가 내용으로 본다면 본향굿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액운액살, 질병, 근심 등을 막고 그것을 몰아내고자 하는 굿이라고 할 수 있다.

④ 선부리

선부리는 조상에게 굿하는 것을 아뢰고 자손들에게 복을 베풀어주실 것을 축원하는 굿거리다. 무녀가 지전을 왼손에 들고 서서 제상을 보고 때로 악사를 향하기도 하면서 무가를 부른다. 진양조 장단의 무가에 이어 흘림 장단의 축원이 이어진다.

⑤ 지왕풀이

지왕풀이는 아이의 출산과 건강을 관장하는 삼신 지왕을 모셔 축원하는 굿거리이다. 무녀가 안주인의 속치마를 들고 몸을 상쪽으로 향하고 악사와 청중을 향해 돌리기를 반복하면서 지왕님의 근본을 찾고 덕담을 한다. 이렇게 한참 하다가 자진모리에 맞춰 속치마를 들고서 춤을 춘다. 그리고 다시 말로 주워섬기다가 자진모리 장단에 맞춰 춤추기를 반복한다.

제석굿

상 앞에는 초 7개에 불을 붙인 칠성불이 켜졌다. 제석굿을 할 때는 무녀가 머리에 흰 고깔을 쓰고 흰 장삼을 걸친다. 굿이 시작되자 무녀가 지전을 들고 상 앞에 서서 무가를 부른다. 진양조로 된 '제석 맞이'를 부르고 염불[중모리 장단]을 부른다. 이어 제석신의 좌정 내력을 담은 서사 무가 제석풀이를 부른다. 무녀는 처음과 같은 자세로 지전을 손에 들고 상을 향해 서서 흘림 장단에 맞춰 제석풀이를 부른다. 제석풀이 후에는 앉아서 밥그릇 뚜껑[복개]을 두드리며 무가를 부른다. 이어 말로 재담을 한 후 중모리 장단에 맞춰 염불을 부른다. 그리고 다시 말로 재담을 하고 흘림 장단에 맞춰 무경을 외운다. 이런 식으로 말과 무경을 번갈아 3번 반복한 후 무녀가 말로 축원을 하고 고깔을 벗는다. 그리고 소지를 올리면서 축원하는 '소지 말'을 끝으로 제석굿을 마친다.

⑦ 오구굿

오구굿을 시작하기 전 먼저 오구 가루와 오구 시루를 준비한다. 오구상은 마루에 차려진다. 무녀가 방에서 마루 쪽을 보고 앉아 굿을 진행한다. 무녀 앞에는 장구, 망자의 옷, 오구 가루, 오구 시루, 넋 상자, 상의 순으로 놓여진다. 무녀는 악사의 반주 없이 자장단으로 장구를 치면서 서사 무가 오구풀이를 가창한다. 오구풀이가 끝난 후에는 중모리로 염불을 부른다. 이때 오구 시루에서 뽑아 올린 실을 감으면서 축원을 한다. 반주는 곁에 있는 다른 무녀가 한다. 이렇게 한참 중모리 염불을 하고 나서 자진모리 염불을 가창하고 끝을 맺는다.

⑧ 넋올리기

무녀가 지전을 들고 서고 악사는 좌측에 앉아 반주를 한다. 무녀는 흘림 장단에 맞춰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무가를 부른다. 그리고"오르소사 오르소사 넋이라도 오르시고 혼이라도 오르소사 설워 말고 오르시고 지체 말고 오르소서"라고 하면서 망자가 이승과 절연(絶緣)하여 천도하기를 축원한다. 넋을 들어올릴 때에는 천근 말을 하고 들어 올린 넋은 안주인이 치마로 받는다. 천근 말에 이어 중모리로 부르는 천근 소리가 불려지고 이 때 무녀는 지전을 들고 춤을 춘다. 이런 식으로 3번을 반복하면 넋올리기가 끝난다.

고풀이

마당에 있는 곳대에 매듭지은 고가 매달려 있고 곳대 아래에는 제상이 2개 차려진다. 무녀는 고를 잡고서 무가를 부르고 악사는 그 뒤에서 반주를 한다. 무녀는 빠른 흘림 장단으로 장자풀이를 부른다. 고를 풀고는 천근말을 하고 중모리로 된 천근 소리를 부른다. 이렇게 천근 말과 천근 소리를 3번 반복한다. 이렇게 한 후에 무녀가 자진모리 장단에 맞추어 고를 들고서 춤을 춘다.

⑩ 씻김

씻김이란 망자를 상징하는 ‘영등’을 만들어 그것을 씻겨 주는 절차를 말한다. 무녀는 솥뚜껑 곁에 앉아서 신칼로 솥뚜껑을 두드리면서 무가를 부른다. 무녀는 먼저 향물을 영대에 찍어 바르면서 망자의 원한과 액을 씻어내는 무가를 부르고, 이어 맑은 물로 씻어내고 종이로 그것을 깨끗이 닦아낸다. 씻김을 마친 후 영등을 해체한다. 넋이 담긴 밥그릇은 맑은 물로 씻고 닦은 다음 그 안에 있는 넋을 안주인의 치마로 받게 한다.

⑪ 길닦음

질베를 마루에서 대문 쪽으로 늘어뜨리고 무녀 셋이 넋 상자와 지전 등을 질베 위로 움직이면서 무가를 부른다. 중모리 염불로 축원을 하다가 마무리 부분에서는 자진모리 장단으로 '나무아미타불'을 하고 같은 장단에 맞추어 넋 상자와 지전을 들고 춤을 춘다.

⑫ 대신치기

대문간에 간단하게 배송상을 차리고 무녀가 산 닭을 들고 서서 축원한다.

⑬ 사신거리

굿에 사용된 종이와 망자의 옷가지를 태우며 굿에 참여한 귀신들을 보내드리는 굿거리이다. 영상에서는 사신거리는 대신치기와 동시에 이루어졌다.

[능주 씻김굿의 민속 문화적 가치와 의의]

무속 씻김굿이 급격히 쇠퇴하게 된 것은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무속에 대한 천시 경향과 이에 대한 외면이 원인이다. 특히 능주면의 경우 무속이 쇠퇴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신청이 폐철되면서부터이다. 과거 신청이 있을 때에는 관 주도의 행사가 이루어졌다. 이것은 지금의 무속 음악에도 잔재가 남아 있어 연관성을 추정하게 해준다. 능주 씻김굿에서 혼맞이를 한 다음 망자의 혼을 집안으로 모시고 가는데, 이 때 행진을 하며 연주하는 음악은 위엄과 권위를 담고 있어 특이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신청의 존재는 무속 예능의 재생산과 수준 향상을 가져오게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활동 중인 화순의 세습무들이 이러한 신청 출신 무계의 후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때 화순 무속의 예술적 전통성의 뿌리를 짐작해 볼 수 있겠다.

호남 씻김굿의 가장 큰 특징은 세습 무계와 민속 예술 전승의 상관성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세습 무계의 존재는 남도 지방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능주 조씨와 같은 경우는 그것의 전형적인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재 활동 중인 박정녀는 대대로 무업을 이어오던 조씨 집안의 전통을 이은 세습 무계 출신의 무인이다. 부모와 조부모 그리고 그 윗대에서부터의 기예를 물려받아 전승하고 있다.

조씨 가계가 특별한 것은 이 가계가 곧 민속 예술의 전승 계보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 집안에서는 많은 예능인들이 배출되었다. 조도화의 5대조인 조병필은 가선대부(嘉善大夫)에 추증되었다. 그리고 조도화의 조부 조종률은 능주 신청의 우두머리인 대방직을 지내고, 줄타기 명인으로서 의관(議官)이라는 벼슬까지 제수받았던 인물이다. 의관직은 판소리 5명창 중의 한 사람인 김창환(金昌煥)이 받은 바 있는 벼슬 이름인데 조종률이 그와 견줄 만한 위상을 지녔음을 알게 해 준다. 또한 작은할아버지인 조종언과 조종엽은 각각 줄타기와 대금 명인이고 작은아버지 조몽실과 형 조동선은 유명한 판소리 명창이었다. 이처럼 능주의 창녕 조씨가는 무속과 민속 예술의 전승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계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능주 씻김굿은 민속 예술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전승되어 왔다. 단순히 무속, 무업이란 차원을 넘어서 국악 계승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그 전승력이 약화되고 있지만 능주 씻김굿은 이 지역의 문화적 전통성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능주 씻김굿이라는 이름으로 화순의 무속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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