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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들의 도시락과 탄광 마을의 먹거리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6B010207
분야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유형 마을/마을 이야기
지역 전라남도 화순군 동면 오동리 천운동마을|복암리 구암 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양라윤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마을지 대한 석탄 공사 화순 광업소 지하 작업장 - 전라남도 화순군 동면 충의로 1064

[허기를 달래주던 먹거리, 시래기죽]

먹거리가 풍부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누구나 허기를 반찬삼아 곯은 배를 채웠으며, 맑은 물에 몇 가지 건더기를 넣고 끓인 죽과 국으로 배를 채웠다. 탄광 마을 사정도 비슷해서 노동자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것들에는 시래기죽, 시래기밥, 김치죽이 있었다고 한다. 이름처럼 밥에 시래기나 김치를 넣고 푹 끓인 단순한 요리지만 탄광노동자들에겐 노동의 단맛이 한 그릇 가득 담긴 먹거리였다.

“옛날에는 시래기죽, 시래기밥, 김치죽 그런 것을 해서 먹었어. 광업소 일 끝나고 나오면 식당에서 개밥 끓이듯이 솥단지에다가 밥, 콩나물, 김치 넣어서 끓여. 일하고 나오면 금방 배가 고프니까 김치죽에 술 한 잔 먹고 집에 오고했어.”(최병철)

김치죽에 술 한 잔. 별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시래기죽과 김치죽이지만 지하막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나온 탄광노동자들에게는 허기를 달래는데 충분하고도 귀한 음식이었을 것이다.

[지하 작업장에서 먹는 도시락]

광부들은 탄광 작업장에 한번 들어가면 일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이 도시락을 준비해서 작업장으로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광부의 아내들은 집에서 담근 김치에 제철 채취한 나물반찬으로 매일 도시락을 싸서 남편의 손에 들려줬다. 지하막장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광부들은 아내의 도시락을 지하작업장의 휴게소에서 삼삼오오 모여 먹는다. 매일 집에서 먹던 별반 다름없는 반찬이지만 노동으로 허기진 광부들의 입에는 달고 맛나다.

“이제껏 도시락 싸죠. 그때그때 집에서 먹는 반찬을 도시락에 싸주는데, 김치를 많이 싸라고 하데요. 왜냐면 막장에서 수분이 있는 반찬을 먹어야 밥 먹기가 좋으니까 그런데요. 아무래도 지하에서 먹기 퍽퍽하니까 그러겠지. … 글고 예전에는 도시락통에 음식을 싸서 보내갖고 다니니까 번거로웠는데, 작년부터는 일회용 용기에 도시락을 싸고, 일회용 커피 두 개, 일회용 젓가락을 도시락으로 싸서 줘요. 근게 편해요.”(조효순)

[탄가루 씻는 돼지고기 요리들]

삼겹살과 돼지 껍데기는 돼지고기 요리들 중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먹는 음식이다. 고기가 귀했던 시절 돼지고기는 주로 찜이나 탕으로 조리해 먹었는데, 불에 구워먹기 시작한 삼겹살은 바로 탄광노동자들의 먹거리에서 기원했다 한다. 탄광노동자들이 편평한 돌을 불판 삼아 기관지에 쌓여있던 탄가루를 씻겨나가라고 돌에 구워먹던 음식이 강원도 태백에서는 ‘돌구이’라고도 불렸고, 살코기와 지방부분이 3번 겹쳐져 있다고 해서 세겹살로 불리기도 했단다. 삼겹살과 돼지껍데기 구이는 탄가루를 마셔야 했던 광부들의 직업 때문에 광부들이 즐겨먹었던 음식이며, 광부들을 따라 우리가 즐겨먹는 먹거리가 된 것이다.

“목 씻어내라고 옛날에 돼지고기를 많이 먹어, 비지 같은 것을. 기름지면 씻겨나간다고 해서 그때만 해도 많이 먹었어.”(최병철)

화순 광업소 노동자들이 즐겨먹던 돼지고기 요리에는 삼겹살과 돼지껍데기 구이 이외에도 특별한 요리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돼지비계 말이와 돼지내장 볶음, 돼지 내장탕이다. 돼지고기를 즐겨먹던 광부들은 모든 돼지고기 부위를 즐겨먹었는데, 돼지내장을 이용해 먹던 요리가 돼지 내장 볶음과 돼지 내장탕이다.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돼지비계 말이는 화순 탄광 마을에서 주로 해먹던 요리다. 손맛 좋은 천운 마을 부녀회장님에 따르면, 넓적한 돼지비계를 끓는 물에 삶아 살짝 식힌 후에 말아 썰어놓는 간단한 요리지만 꼬들꼬들한 맛이 일품인 맛난 음식이라고 한다.

“(돼지비계 말이) 돼지비계를 삶아서 돌돌돌 말아갖고 썰어놓으면 예쁘고 맛있어. 여기 와서 보니까 많이 해먹더라고. 동네 어른들이 하던 것을 보고 배웠지. 왔더니 어른들이 그렇게 하더라고. 탄가루 씻어 내리기 위해 돼지비계를 많이 먹었고, 지금도 많이 먹어. 일주일에 두 세 번은 돼지요리를 해서 먹으니까.”(조효순)

화순 광업소 노동자들은 여전히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다. 매일같이 탄가루를 마셔야하기 때문에 광부들은 기관지에 좋다는 돼지고기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돼지고기 요리는 광부들 먹거리의 대표 음식이 되었다.

[정보제공]

  • •  조효순(여, 1953년생, 동면 오동리 천운 마을 부녀회장)
  • •  최병철(남, 1953년생, 동면 오동리 천운 마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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