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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망산과 고당산을 마주한 산촌 마을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6C010101
분야 지리/자연 지리
유형 마을/마을 이야기
지역 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 도장리 도장 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옥희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마을지 고당산 - 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 도장리
마을지 해망산 - 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

[감태산 감태산 육자배기도 감태산]

도장 마을은 고당산과 해망산 자락에 위치한 산골 마을이다. 해망산교를 지나 동네 입구에서 동네를 바라다보면 마을 뒤로 낮고 높은 산들이 첩첩히 쌓여있다. 고당산(高堂山)은 도장 마을의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228.5m 높이의 산이다. 고당산 아래 골짜기는 감뱅이골이라고 부른다.

해망산(海望山)은 마을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355.66m 높이의 산이다. 해망산 아래 골짜기는 해망산골이라고 부른다. 해망산은 꼭대기에 올라가면 멀리 칠산 앞바다가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도장 마을 진주 김씨 문중에 해망 장학회가 있었고, 도장 마을 아내미길로 들어가는 다리는 해망산교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도장 마을 사람들에게 해망산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산임에 분명하다.

고당산과 해망산은 마을 뒷산 치고는 꽤 높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마을 사람들이 부르는 옛 노래에는 유난히 산에 관한 가사가 많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옛 노래 레퍼토리를 풍부하게 가지고 계셨던 김아님 씨가 부른 밭노래 한 소절을 떠올려본다. 김금순 씨와 마을 사람들도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감태산 감태산 육자백이도 감태산

늘늘이 밥묵고 날날이 잠자고 나무허로 가세”

[고당산이나 해망산까지 나무하러 많이 댕겼죠]

도장 마을 사람들에게는 고당산과 해망산이 또 하나의 삶의 터전이었다. 연탄 보일러, 기름 보일러가 들어오기 전까지 마을 사람들은 땔감으로 불을 피워 음식을 만들고, 아궁이에 불을 때 난방을 했기 때문이다.

“고당산이나 해망산까지 나무하러 다녔죠. 많이 댕겼죠. 살대끼(살다시피) 했죠.”(김범순)

산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김범순 씨의 표현에서 얼마나 자주 산에 드나들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김재님 씨도 젊었을 적 나무하러 가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셨다.

“나주댁하고 둘이 가서 갈쿠나무[갈퀴나무], 자장개비[작은 나뭇가지] 해갖고. 나를 몬자[먼저] 머리에 이어주라고 한께. 여기서 이지 말고 굴리라고 그러더랑께. 아따 이고 갈라문 힘든께 궁글쳐 부러라고. 궁글칠라면 나무를 잘 묶어야 헌디 나는 잘 못 묶어. 나주댁은 해봐나서 잘 묶어. 내야랑[내 것이랑] 같이 묶어갖고 궁글쳐갔고 내려왔제. 산이 꼭대기가 얼마만 높으다고.”(김재님)

친척과 해망산 꼭대기까지 나무하러 갔다가 머리에 이고 내려오기가 너무 힘들어 나뭇짐을 굴려서 내려왔던 기억. 친척보다 나뭇짐을 많이 이려고 먼저 머리에 올려 달라고 부탁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웃음을 짓는다. 할머니는 그땐 정말 힘든 일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재미지기만 하다고 말씀하신다. 아마도 젊은 날의 추억이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산이 울창하지 않았다고 한다. 땔감나무를 많이 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면서 빨치산의 은거지를 없애려고 산에 불을 지른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의 소나무를 베어가지 못하도록 지키는 주인들도 많았다고 한다. 도장 마을 주민들은 누구나 산주인의 눈을 피해 나무를 하던 기억들과 주인에게 들켜 혼쭐이 난 경험들을 한 번씩은 갖고 있다.

[도장 마을 주민들의 삶과 함께 해온 고당산과 해망산의 동식물들]

고당산과 해망산의 식물들은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아 배고픔을 겪어야 했던 주민들에게 고마운 먹거리가 되어주었다. 주민들은 잣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도토리나무, 맹감나무, 물나무, 참빗나무, 두릅나무, 똘감나무, 고사리, 산도라지, 딱주, 둥그래미[둥굴래] 등 셀 수 없이 많은 식물들의 이름을 열거한다.

“정금도 따먹고. 맹감도 따먹고. 그 때는 배고픈 세상인께. 그놈이라도 먹으면 나슨께[배가 덜 고프니까]. 배가 고픈께. 취도 쒀 먹고. 쑥죽도 쒀 먹고. 생티도 먹고. 솔나무를 쪄서 묵는[먹는] 것을 생티라고 해. 봄에 물오를 때 해서 묵어. 껍질을 벗겨 갖고. 칼로 긁어불고 먹으면 맛있어, 달짝지근 허니. 그놈 빗겨갖고[껍질을 벗기다] 밀가리[밀가루]에다 같이 쪄갖고 해 먹었어. 배고프니까. 그런거 먹으면 속이 데리고[아프다] 그랬어.”(김재님)

배고프던 시절, 고당산과 해망산의 나무들로 배고픔을 견뎌낸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상상하기가 힘들 정도다. 그래도 할머니들은 신이 나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또 무개나무[무궁화나무] 잎사귀에다가 밀가리 해가지고 쪄 묵으면 맛나. 밀가루 섞어서 쪄. 밀가루 섞으면 더 맛난디, 보리를 맷돌에다 갈아갖고 거기에다가 무개나무를 섞어 갖고 시루에다가 쪄가지고 묵어. 그건 칠월 달에 해 먹어.”(구순임)

할머니들이 예전에 먹던 음식들을 도장 마을에서 운영하는 밭노래 마을 착한 밥상 메뉴로 올려도 좋을 것 같다. 마을의 어른들께는 추억의 음식이 될 것이고 마을을 찾는 외부인들에게는 웰빙 음식이 될 것이다.

고당산과 해망산에는 동물들도 많았다고 한다.

“뱀, 토끼, 여시(여우), 늑대, 멧돼지, 고라니. 고라니는 밭에 심어놓은 잎사귀 다 뜯어먹어. 멧돼지는 고구마 같은 것 먹어불고.”(김재님)

“호랭이도 있었어. 호랭이도 두 가지여. 개호랭이, 큰호랭이. 개호랭이는 사람을 해치지 않아. 해망산에서 나무하러 가서 봤어. 셋이서 노물(나물) 캐러 갔는데 당산나무 있는데 최산 바위에 앉어 있당께. 꼬랑지 요만해갖고. 개만한 놈이. 최산은 해망산 밑에 있어.”(문필순)

지금도 해망산과 고당산에는 수많은 동물들이 생존하고 있지만, 예전에 있던 동물 중에 호랑이와 늑대, 여우는 없어졌다고 한다. 할머니들께 들은 이야기 중에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도 있었다. 김재님 할머니는 산이나 밭에 가서 꿩이 알을 낳아 놓은 것을 봐도 절대로 줍지 않았다고 한다. 옛날부터 동물 새끼를 주어 오면 죄로 간다는 말이 전해왔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집에 고라니나 뱀이 들어와도 절대로 죽여서는 안 되며 살려 보내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어려서부터 들었던 이야기들에는 생물을 소중하게 여기고 함께 공존하는 지혜와 따뜻한 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보제공]

  • •  구순임(여, 1928년생, 도암면 도장리 도장 마을 주민)
  • •  김범순(남, 1938년생, 도장골 밭노래 한마당 축제 위원장)
  • •  김재님(여, 1930년생, 도암면 도장리 도장 마을 주민)
  • •  문필순(여, 1940년생, 도암면 도장리 도장 마을 주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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