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9000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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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식명칭 | The Life of Buyeo People in Folk Beliefs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충청남도 부여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행묵 |
[정의]
충청남도 부여 지역에서 전승되어 오는 민간신앙에 녹아 있는 부여 지역 사람들의 삶.
[개설]
충청남도 부여 지역에는 다양한 형태의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과거 백제 시대에 제작된 많은 문화유산들은 여러 종류의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어 있어, 부여를 관광하게 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지역의 문화유산은 지역의 정체성을 보전하고 전승하는 기본 유산이 된다. 그런 면에서 부여의 문화유산, 특히 현재까지도 전승되어 오는 민간신앙 중 마을 제사를 중심으로 부여 지역의 역사성과 현재성, 지역성, 희소성, 시의성을 살펴볼 수 있다.
[장벌리 동화제·답제]
장벌리 동화제·탑제는 은산면 장벌리에서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마을의 안녕과 농사의 풍년을 축원하는 의례이자 마을 축제이다. 동화(洞火)라는 말을 ‘동네 불’이라는 의미로, 땔나무를 동아줄에 묶어 하늘을 향하여 세운 나뭇더미를 지칭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다른 명칭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동화를 불사름으로써 마을에 깃든 모든 액운을 없애고 새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니는 것은 동일하다. 이와 같은 형태의 동화제는 부여 지역에서는 은산면, 내산면, 외산면 일대를 중심으로 전승되는데, 주로 산간 지역에 해당한다.
탑제는 돌로 쌓은 탑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 제사를 지내는 일종의 마을 제사이다. 탑 신앙의 분포는 금강 상류에 있는 전라북도 무주군·진안군, 충청남도 금산군, 충청북도 옥천군·보은군 등지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충청남도에서는 금산 외에 다소 드문 편인데, 부여군을 비롯한 내포(內浦)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장벌리의 탑제는 지역 내 유산으로 독특한 지위를 가지며 장벌리 지역민의 민간신앙을 대표하지만, 지금은 2019년 이후 의례가 중단된 상태이다.
[가회리 장군제]
가회리 장군제는 세도면 가회리의 홍가골마을에서 전승되고 있는 정월대보름 마을 제사이다. 짚으로 엮은 축귀대장군을 장군막에 안치하고 모시는 독특한 형식의 액막이 의례이다. 잡귀를 쫓는 의식을 통하여 마을의 안녕과 주민들의 무병장수를 빈다. 홍가골 사람들은 장군제를 통하여 질병과 액운을 물리치려는 소망을 빌었고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욕망을 의례로 보여 주고 있다. 가회리 장군제는 2004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참가하여 수상을 하는 등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높여 주고 있다. 부여 지역의 특색 있는 공동체 제의이자 민속놀이로 평가받아 2005년 7월 6일 부여군 향토문화유산 제77호로 지정되었다.
[무량동 산신제·거리제]
외산면 만수리에 있는 무량마을은 부여의 고찰 무량사와 긴밀하게 관련을 맞고 있는 사하촌(寺下村)이다. 사하촌은 절 아래에 있는 마을을 가리킨다. 무량동 산신제·거리제는 해마다 정월 초3일에 지내는 마을 제사로, 마을이 형성되면서 오랜 세월 지켜 온 무량마을의 무형유산이다. 무량마을 주민들은 이러한 마을 제사를 통하여 마을의 안녕과 복을 축원하고 더불어 사는 끈끈한 공동체 정신을 구현하였다.
무량동 산신제·거리제는 ‘사하촌’이라는 마을의 배경 때문에 불교의 색채가 가미된 것이 특징이다. 산신제에서 모시는 주신(主神)은 무산산황대신, 토지지신, 무량사 부처 등 모두 3위(位)이다. 그러므로 산신제를 지낼 때 세 신에게 각각 잔을 올리고 탕 역시 세 그릇을 차려 놓는 것이 관례이다. 또한 거리제의 대상인 목장승은 불교의 법도와 마을을 겸하여 수호하는 사찰 장승의 성격을 띤다. 이처럼 무량동 산신제·거리제는 사하촌 마을신앙의 특색을 엿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민간신앙이다. 특히 밤나무로 깎은 목장승은 충청남도 지역에서 흔하지 않은 장승의 특징을 지닌다.
[괴목정 노신제]
괴목정 노신제는 내산면 지티리 괴목정마을에서 정월대보름에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 제사이다. 괴목정마을 사람들은 숲을 이루는 노거수 느티나무를 신성시하여 공동체의 수호신으로 삼는다. 괴목정 노신제의 두드러진 특징은 짚으로 만든 짚말로 전염병과 액운을 실어 떠나보내는 보기 드문 의례라는 점이다. 충청남도 지역에서는 유일무이하며 전국으로 보아도 매우 드문 경우이다.
한편, 괴목정 노신제에 나타나는 짚말은 천연두를 보내는 마마배송굿과도 깊은 친연성이 있다. 마마배송굿은 지역에 따라 손님굿, 별상굿 등으로도 불리는데, 반드시 손님[천연두]을 말이나 짚말에 실어 떠나보내는 의식이 수반된다. 이처럼 마마를 전송할 때 온갖 의장을 갖추고 짚말을 준비하여 성대한 굿을 벌이는 것은 천연두를 공경히 대접하여 보냄으로써 다시는 들어오지 말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규암리 산신제·당산제·거리제]
규암리 산신제·당산제·거리제는 자온대를 끼고 있는 규암면 규암리에서 전승되는 마을 제사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자온대는 『삼국유사(三國遺事)』에 기록된 사비 백제의 상징적인 역사 문화 경관이다. 규암리 마을에서는 해마다 정월 초사흗날 오전에 할아버지당산에서 산신제를 지낸 다음에 하산하여 당산제와 거리제를 지낸다.
규암리의 마을 제사는 유교식 산신제와 무속형 당산제, 거리제가 절묘하게 결합된 새해맞이 마을 축제이다. 당산에서 거행되는 산신제가 유교식 제례의 전범을 보여 준다면, 당산제와 거리제는 무녀가 마을의 안녕과 제액초복을 기원하는 당굿에 해당한다. 특히 은산별신제의 상당굿과 하당굿을 주관하던 부여의 큰무당 이어인년(李於仁連)[1894~1986]이 거리제를 주관하여, 규암리의 거리제는 은산별신제 하당굿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는 특징을 띠고 있다. 행사의 규모도 커서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난장에 가까운 굿을 벌인다. 이처럼 큰 굿판은 번성하던 규암나루와 규암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곤향산 산신제]
곤향산 산신제는 석성면 봉정리 주민들이 해마다 정월대보름 오전에 마을의 주산인 곤향산 산신에게 올리는 의례이다. 곤향산은 아담하고 소박한 언덕이지만, 봉정리에서는 마을의 수호신이 깃들어 있는 성역으로 정서적 유대를 공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마을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작성한 산신제 문서도 남아 있다. 곤향산 산신제는 유교식 절차를 따르는데, 제관으로 선정되면 엄격한 금기를 준수하여 경건하게 제사를 준비한다. 산신제를 주관하는 주민들은 2000년대에 들어와 곤향산 산신제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해석하여 계승·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민들 간의 교감과 화합을 도모하는 곤향산 산신제는 전통의 창조적인 계승이라는 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전승 방식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문신리 샘제·동화제]
문신리 샘제·동화제는 외산면 문신리 주민들이 해마다 정월대보름 전날 밤에 공동 우물에서 샘제를 지낸 다음에 동화대에 불을 놓아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례이다. 부여의 산간 지대에 있는 문신리에서는 공동 우물이 예부터 주민들의 일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식수원이었기에 샘제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샘제는 화주라고 부르는 제관 부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여, 이들은 제를 준비하는 동안 엄격하게 금기를 지킨다. 당일 아침이 되면 마을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나서서 대동 샘을 청소하고, 땔나무를 묶어서 세우는 동화대 제작에 온 힘을 쏟는다. 물과 불을 상징하는 샘제와 동화제는 물로써 불을 제압한다는 음양오행의 원리를 차용한 마을 제사이다.
[저석리 산신제]
저석리 산신제는 부여읍 저석리 서원마을 주민들이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흑우산 정상에 있는 산신당에서 마을의 안녕을 축원하는 마을 제사이다. 17세기 이후 서원마을에 다양한 성씨들이 정착하면서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산신제를 지내고자 제관 선출, 금줄치기와 농기 세우기, 제물 장만 등을 치밀하게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엄격한 금기를 지키며 산신제를 수행한다. 제물의 하나로 미역을 올리는데, 산신제에 진설하는 미역을 끓여 먹으면 임신할 수 있다고 한다.
[주암리 행단제]
주암리 녹간마을 뒷편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부여 주암리 은행나무가 있다. 천년의 세월을 이어 온 부여 주암리 은행나무는 주암리 마을 사람들이 수호신으로 받드는 신목이며, 장정 5~6명이 두 팔을 벌려야 안을 수 있는 웅장한 거목이다. 일설에는 백제 성왕 때 사비 천도를 전후하여 좌평(佐平) 맹씨(孟氏)가 심은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주암리 행단제는 해마다 정월 초이튿날 부여 주암리 은행나무를 대상으로 마을의 안녕과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 제사이다. 주암리 녹간마을에서는 향단제, 은행나무제, 마을제라고 부른다. 어떠한 명칭으로 부르든 은행나무를 뜻하는 행(杏)에 제단에 뜻하는 단(壇)을 서서 은행나무에 제단을 설치하고 지내는 제사라는 의미이다.
[북촌리 장승제]
북촌리 장승제는 홍산면 북촌리 주민들이 해마다 정월 열나흗날 저녁에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장승 한 쌍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며 지내는 마을 제사이다. 과거에 홍산현의 읍치가 있었던 북촌리와 남촌리 두 마을에서 공동으로 제의를 모셨으나,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다가 1984년에 다시 복원되면서 북촌리만이 장승제를 지속하게 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과거에는 주민들이 직접 장승을 만들어 낡은 장승은 뽑아 내고 새 장승을 세우기도 하였으나, 2015년부터인가 돌장승 두 기를 세우고 돌장승 앞에서 장승제를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