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3016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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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婚禮 |
영어의미역 | Marriage Ceremony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전라남도 여수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준옥 |
[정의]
전라남도 여수시에서 혼인 때 행하는 의례.
[개설]
혼례는 장성한 남녀가 결합하여 부부의 인연을 맺고 가족을 이루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절차이다. 여수 지역에서 치러진 전통 혼례는 우리나라 전통 혼례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절차]
1. 의혼(議婚)과 간선
자식이 결혼할 나이가 차면 부모들은 자식들을 내놓고 혼인할 상대를 고른다. 이를 의혼이라고 한다. 나이가 15세에서 20세 전후로 차야 했고 동성동본을 피해야 했다. 여수에서는 반드시 중매쟁이가 나서 양가 가문이나 문벌의 정도를 비롯하여 인품이나 행실, 건강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상대방에게 알려 주었다. 중매쟁이로 안심이 안 될 때는 어른들이 과객을 가장하여 그 마을에 가서 직접 탐문하기도 했다. 이를 간선이라 한다. 본격적으로 혼담이 시작되면 상대방에게 당사자의 사주를 알려 궁합이 맞는지를 확인한다. 사주나 궁합이 혼인의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기 때문이었다.
2. 납채(納采)와 연길(涓吉)
사주와 궁합이 원만하면, 남자 쪽에서 한지에 신랑의 사주단자를 보낸다. 사주단자는 싸릿대를 끼우고 청실홍실로 매어 보로 싸서 중매인이 신부집에 전한다. 사주가 오면 신부집에서는 신부어머니가 얼른 치마로 받아서 쌀독에 넣어 두었다가 성 밑에 놓은 다음 펼쳐 본다.
신부집에서는 부모가 결혼한 달은 피해서 혼인할 날을 택하여 간지에 써서 근봉을 끼우고 날받이보로 싸서 신랑집으로 보낸다. 혼인이 성사되면 당사자는 제사 음식이나 절 받은 음식을 절대 삼간다. 집에서는 지붕도 이지 않으며 문도 바르지 않는다.
3. 납폐
납채와 연길이 오간 다음 신랑집에서는 신부집에 패물, 채단, 혼서지 등을 넣은 함을 보낸다. 신부집에서는 그 옷감으로 신랑 옷을 지어 신랑집으로 다시 보낸다. 함을 진 사람을 여수에서는 함진애비라 했는데, 납폐(納幣)를 친영날 하는 경우가 많았다.
4. 친영
혼례식 당일에 신랑은 신부집으로 간다. 이를 여수에서는 장개질이라고 했다. 친영(親迎) 때는 상객, 후행(후배), 중방, 짐꾼 등이 동행한다. 신랑은 사모에 관복을 입고 띠를 띠며, 검은 신발로 성복(盛服)하는 경우도 있고 한복으로 정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신랑은 타인과 말을 하면 복이 달아난다고 하여 웃어른을 만나도 절하지 않는다. 가면서 가시덤불이나 나뭇가지에 ‘쎄미’를 걸면서 간다. 잡귀나 액을 쫓기 위해서이다. 쎄미는 오색으로 된 베에 쌀을 조금 넣고 싸맨 것이다.
여수에서는 신랑 일행이 신부 마을에 들어서면 ‘인접’이라고 부르는 이가 안내하는 대로 먼저 미리 정해 놓은 ‘주점’에 들어 신부 쪽의 접대를 받는다. 이날 납폐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함진애비가 요기를 마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신부집으로 함을 지고 간다. 함을 신부집 마당에 마련된 상 위에 올려놓으면 일가 중에서 아들을 많이 낳은 여인이 이를 받아 안으로 들인다. 함진애비에게는 노자를 주고 간단한 술상으로 접대한다.
납폐가 끝나면 신랑은 사모관대로 예장(禮裝)을 하고 목안(木雁)을 가지고 주점을 나와 신부집에 차려진 대례청으로 향한다. 이 때 마을 젊은이들이 행차를 가로막고 마상풍월(馬上風月), 혹은 탈선(奪扇)이라 하여 신랑의 문장 정도와 재치를 알아보는 장난이 몇 번 이루어진다.
5. 결혼식
결혼 의식은 소례인 전안례(奠雁禮)와 대례인 초례(醮禮)로 나누어 행한다. 전안례는 혼례상에 신랑이 가지고 온 목안과 신랑과 신부를 상징하는 수탉과 암탉, 동백나무 가지와 대나무 가지, 쌀·떡·밤·대추·목화씨·콩 등을 놓고 촛불을 켜두고 진행하는데, 그 절차는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례를 마치고 당일에 신랑집으로 돌아가는 수도 있으나, 여수 지역에서는 대개 신부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인접의 부축을 받아 신부가 먼저 방으로 들고 그 뒤를 신랑이 따라 들어가 근연상(近緣床)을 받아 요기를 하고 간다.
6. 신방차림
신방차림에서는 먼저 신부집의 상차림 솜씨를 자랑하는 큰상이 나온다. 큰상 앞에는 신랑과 신부, 그리고 접객을 맡은 인접들과 신부 남매들이 동석한다. 상물림이 끝나면 신부 친척들과 가까운 이웃 사람들이 모여 신부를 빼앗아 간다고 하여 신랑을 다룬다. 이 같은 동상례가 끝나면 신랑과 신부는 신방에 들어 첫날밤을 보낸다. 이 때 신방 엿보기를 한다.
7. 신행
혼례식을 마친 신부는 처음으로 시집으로 간다. 형편에 따라서는 해를 넘겨 가는 해묵이, 혹은 달을 넘겨 가는 달묵이라 하여 신랑만 먼저 가고, 신부는 나중에 날을 따로 잡아 신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행길에는 신부를 대표하는 상객, 후행, 짐꾼 등 친정집 사람들이 함께 간다. 행렬은 신랑이 말을 타거나 또는 걸어서 앞서 가고, 다음에 가마를 탄 신부, 상객과 후행, 짐꾼 순이다. 가마 위에는 호랑이를 그린 담요를 덮고 가마 안에는 요강을 넣어 가지고 간다. 갈 때는 역시 ‘쎄미’를 매달면서 간다.
신부가 탄 가마가 시댁 문전에 당도하면 시댁에서는 일곱 개의 상을 차리고, 잡귀가 붙지 못하도록 불을 피우고 징을 친다. 그러면 신부가 탄 가마가 불을 넘어 신랑집으로 들어온다. 제상에 소금이나 목화씨, 사금팔이 등을 놓아 두었다가 가마가 대문으로 들어올 때 뿌리며, 무당이 ‘덕물림’이라는 비손을 한다. 큰방 문 앞에 내린 가마문을 신랑이 열어 주면 인접의 도움을 받은 신부가 방으로 들어간다. 이 때의 인접은 손위의 시누나 동서가 된다. 신부가 큰방으로 들어가면 큰상이 나온다.
8. 구고례
폐백으로 더 잘 알려진 구고례(舅姑禮)는 보통 신행 온 날 저녁쯤 한다. 폐백을 드릴 때는 신부가 미리 밤·대추·곶감·봉어(鳳魚)·삶은 닭 등 폐백감을 마련해 가지고 와서 폐백상 위에 올려놓고 드린다. 닭은 암수로 장만한 뒤 색깔로 곱게 꾸미는데, 편부나 편모일 때는 한 마리만 준비한다. 폐백 요령은 성주께 재배하고 사당 참례 후, 부모와 조부모께는 사배, 백부모와 이모에게는 재배, 같은 항렬에는 맞절하는 순서로 한다.
폐백이 끝나면 큰상이 나온다. 그 상에 차려진 음식은 먹지 않고 그대로 싸서 신부집으로 보낸다. 신랑과 신부는 신행 온 다음날 새벽부터 혼정신성(昏定晨省)을 한다. 그 다음날에는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데리고 이웃을 돌며 인사를 시킨다.
9. 근친(覲親, 재행)
꼭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시집 온 지 3일 만에 근친을 간다. 이 때 시댁에서 이바지 찰떡을 해 가지고 간다. 신부집에서는 친척들이 신랑달기를 한다. 신부 친척은 신랑을 초청해 대접을 하는데 이것을 ‘밥해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