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데이터
항목 ID GC06601494
한자 禁忌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충청남도 예산군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명재

[정의]

충청남도 예산 지역에서 관습적으로 꺼려서 금하거나 피하는 일.

[개설]

금기에는 행동과 언어적 표현이 있다. 금기를 설정하는 이유는 생활상의 위험 요소를 막거나, 공포감·불안·불쾌감을 주는 말을 피하기 위함이다. 금기어를 대신하여 사용되는 단어를 금기에 의힌 대용어(代用語)라고 하는데, 대용어는 언어의 신앙성이나 주술성에 의해 금기되는 것은 아니지만 넓은 의미로는 금기어에 포함할 수 있다.

예산 지역에서 쓰는 금기는 두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생활을 곤궁하게 하거나 건강을 해치거나 여럿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회 관습을 해치는 등의 행위를 막는 금기가 있다. 이는 민중의 생활과 직접 연결되어 있고 관습으로 굳어 있다. ‘아랫목에 머리를 두고 자지 말라. 산모는 해산 후엔 목욕하지 마라.’ 따위의 금기는 건강을 해치지 않게 하는 것이고, ‘상 모서리에 앉아 밥 먹으면 거렁뱅이 된다.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이 들어온다.’ 따위는 생활 예절을 가르치는 금기이다. ‘여자는 남자 앞을 가로지르지 않는다. 왼손잡이랑 놀지 마라, 빌어먹는다.’ 따위는 조선시대의 남존여비 관념, 왼손잡이에 대한 관습적 편견을 보이는 금기다.

둘째는 기피 대상을 높여 부르는 금기어로, 죽음이나 전염병, 맹수처럼 생각하거나 듣는 것만으로 공포와 불안을 일으키는 기피 대상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우아하거나 거룩한 말로 바꿔 부르는 것이다. 특히 죽음과 질병은 민중의 삶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두려워서 피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에 대한 금기어도 많고 민중의 생활과 어울려 일상으로 쓰인다. 죽음을 ‘돌아갔다’고 한다든지, 질병을 ‘손님’이나 ‘마마’라 부르는 것들이 그것이다. 이렇게 표현함으로써 민중은 두려운 대상으로부터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셋째는 혐오스러운 대상이나 성적인 대상을 완곡하게 표현하여 불쾌감을 줄이는 금기어가 있다. 예를 들어, 예산에서는 불쾌감을 주는 ‘똥’을 ‘뒤’나 ‘큰것’이라 하고, 변소는 ‘뒷간’이나 ‘작은집’, ‘똥구멍’은 ‘밑’이라 한다.

끝으로, 조상이나 집안 어른들의 이름은 금기어가 되어 직접 부르지 않고 그 대신에 ‘아버지’를 이르는 ‘가친’, ‘돌아가신 아버지’를 이르는 ‘선친’, 아내의 아버지인 장인을 이르는 ‘빙장, 빙부’ 등이 쓰이고 있다.

[조사 및 채록 경위]

2001년에 간행된 『예산군지』에는 예산 지역에 산재한 700여 개의 금기 관련 표현이 채록되어 실렸다. 교원대학교 교수 최운식(崔雲植)이 1999년 6월과 7월에 군내 여러 면을 찾아다니며 채록한 것이다. 채록 일시, 장소, 구연자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있어 신빙성이 크다. 이후 2006년에 발간된 『고덕면지』와 2009년에 발간된 『오가면지』 등도 적잖은 수의 금기어를 채록하여 실었는데, 채록된 것들이 『예산군지』의 것과 거의 겹치고 채록 관련 사항이 빠져 있다. 이에 아래에 소개하는 금기와 관련된 표현은 최운식이 채록·정리한 『예산군지』의 편제와 내용에 따른다.

[예산의 금기]

예산 지역에서 채록된 금기와 관련된 표현은 900개 정도로 파악된다.

1. 출생 의례와 관련된 금기

1) 임신 관련 금기: ‘산부가 개 등 동물 잡는 것을 보면 산모 및 아기에게 좋지 않다. 임신부가 생명 있는 것을 죽이면 아기에게 안 좋다. 임신부가 오리고기를 먹으면 아이의 손발이 붙는다. 임신부나 임신부 남편이 닭을 잡으면 안 된다. 임신부는 닭고기는 먹지 않는다. 닭고기를 먹으면 아이 피부가 닭살처럼 된다. 임신부는 초상집 음식을 먹지 않는다. 임신부의 남편이 짐승을 잡으면 애가 병에 걸린다. 임신부는 턱진 곳이나 삐뚤어진 곳에 앉지 않는다. 임신했을 때 편편하고 좋은 곳에 앉는다.’

2) 해산 관련 금기: ‘아이를 낳았을 때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아이를 낳은 집에 삼칠일 안에 상제가 들어가면 부정이 타고 젖이 마른다. 아이를 낳을 때 잿물 빨래를 하지 않는다. 임신해서나 해산 후 삼칠일 안에는 닭을 먹지 않는다[쇠고기만 먹는다.]. 초상집에 아이 낳은 사람은 가지 않는다. 해산 후 산모는 딱딱한 것을 먹지 않는다[이가 상한다.]. 해산 후 삼칠일 안에 닭·개·돼지를 팔거나 잡지 않는다[이웃집도 마찬가지다.]. 해산 후 삼칠일 안에 빨래를 삶지 않는다. 해산 후에 산모나 산모 가족들이 돼지를 잡는 것을 보면 젖이 달아난다. 해산 후 못을 박지 않는다[박으면 아이의 눈이 먼다.].’

2. 육아 관련 금기

‘마마·홍역에 걸리면 깨를 볶으면 안 된다. 마마·홍역에 걸리면 귀신에게 먼저 음식을 준다. 마마·홍역에 걸리면 못을 박지 않는다[마맛자국이 커지기 때문이다]. 마마·홍역에 걸리면 팥죽이나 콩밥을 먹으면 안 된다. 숟가락을 멀리 잡으면 시집·장가를 멀리 간다. 아이가 밥 먹을 때 손발을 까불면 복이 나간다. 식사할 때 부모님의 꾸중을 들은 자녀가 숟가락을 던지고 나가면 복이 달아난다. 아이가 마마나 홍역에 걸리면 콩나물을 먹지 않는다[병을 길게 앓는다.]. 아이를 데리고 외갓집에 갈 때 아이 동정에 고추를 달아 준다[질병막이].’

3. 혼인례와 관련한 금기

1) 궁합: ‘궁합을 볼 때 신부가 호랑이띠이면 신랑은 그보다 낮은 띠여서는 안 된다. 남자 호랑이띠와 여자 돼지띠는 좋지 않다. 말띠 여자[특히 백말띠]는 사주가 세므로 좋지 않다. 범띠와 개띠는 상극이다. 신부가 호랑이띠. 말띠면 팔자가 사납다. 30세 미만의 과부가 개가하면 세 남자를 죽인다. 팔자가 사나운 여자는 살풀이를 하고 시집간다.’

2) 대례: ‘가마가 지나갈 때 그 앞을 지나가면 좋지 않다[여자는 더욱 안 된다.]. 가마가 지나갈 때 뱀·관이나 아기 낳은 사람이 지나가면 좋지 않다[피 부정 때문이다.]. 같은 달에 혼인날 잡은 사람끼리는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혼인 날짜가 잡히면 초상집·출산집·제삿집·잔칫집 출입을 삼간다. 부정한 사람은 결혼식장에 못 간다. 사주가 들어올 때 그릇이 깨지면 안 좋다. 사주를 전해주는 사람은 첫아들을 낳거나. 집안이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 신랑이 말 타고 왔을 때 신랑에게 재를 뿌린다[잡귀를 막으려는 것이다.]. 혼례날 그릇이 깨지면 좋지 않다. 혼례날은 버러지[벌레]도 잡거나 죽이지 않는다[마당에 짚을 깐다.]. 혼례날 비가 오면 좋지 않다[눈이 오면 좋다.]. 나쁜 일을 없애려고 함재비 얼굴에는 검정 칠을 한다. 한 동네로 같은 자매가 시집을 가면 한 집으로 재산이 몰린다.’

4. 상장례와 관련한 금기

‘객사한 시체는 집안에 들여 놓지 않는다. 고양이가 방고래에 들어가면 시체가 거꾸로 선다. 돌아가신 분이 있으면 부정 탄 일은 하지 않는다. 이웃 초상이 나면 빗질·머리 감기·짚일을 하지 않는다. 상여 나갈 때 시체를 운구하는 사람이 바가지를 밟고 나간다. 상여 나갈 때 우물 뚜껑을 덮는다. 상여가 무겁다고 하지 않는다[두 배로 무거워진다.]. 상여가 주산을 넘어가면 안 된다[그 동네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 상여가 지나가는 길에 있는 우물은 멍석으로 덮는다. 시체 앞에서 부었다거나 냄새가 난다고 말하지 않는다. 시체 앞에서 자기 아기가 아픈 얘기를 하면 안 된다. 시체는 안방 아랫목에 모신다. 시체를 모신 방에서 냄새가 난다고 말하지 않는다. 시체를 모신 방에서는 무섭다고 말하지 않는다. 시체를 모신 방에서는 아프다고 말을 하지 않는다. 초상집에 깨나 콩을 볶지 않는다. 시체가 깨끗하다고 하면 바로 썩는다.’

5. 제례 관련 금기

‘비늘 없는 생선은 쓰지 않는다. 제사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가면 안 된다. 제사상에는 복숭아를 쓰지 않는다. 못된 병[열병]에 걸려 죽은 사람이 있으면 동지 때 팥죽을 쑤지 않는다. 부어서 죽은 분 제사에는 호박을 안 쓴다. 제사 음식을 변소·외양간·돼지우리에 놓지 않으면 복이 달아난다. 제사 음식에는 파·고춧가루를 쓰지 않는다.’

여섯째, 의식주 관련 금기로는 다음과 같은 표현들이 있다. ‘대문은 방향을 보고 낸다. 대장군방·삼살방[세 가지의 불길한 살이 낀 방위] 있는 쪽에 모든 것을 세우지 않는다. 문지방에 앉거나 밟지 않는다. 손이 있는 날 못을 박으면 그 집 아이의 눈에 삼[삼눈]이 선다. 식사 때 다리를 흔들면 안 된다. 왼손으로 밥을 먹으면 후레자식을 낳는다[빌어먹는다.]. 잘 때 다리로 방바닥을 비비면 복이 달아난다. 장맛이 변하면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 집 지을 때나 이사 갈 때 삼살방으로 하면 사람이 죽는다. 집을 지을 때 날을 잡아서 짓는다. 그릇을 포개 놓고 밥을 먹으면 줄초상이 난다[신암면·대술면]. 김치 꽁지는 남자에게 주지 않는다. 머리는 물 흐르는 상류 쪽으로 두고 자야 한다. 변소를 사는 집보다 올려다 지으면 안 된다.’

6. 일반 생활과 관련 금기

‘강아지도 손 없는 날에 가지고 온다. 구렁이가 울타리에 걸터앉아 있으면 집안이 망한다. 마을의 큰 나무를 함부로 베면 동네에 우환이 생긴다. 밤에 손톱을 깎지 않는다. 밤에 여우 소리처럼 개가 울면 집안이 망한다. 밤에 휘파람을 불면 안 된다[뱀이 들어온다.]. 비 오는 날에 머리를 감지 않는다. 해 질 때 빨래 방망이를 두드리면 안 된다. 까마귀가 떼로 몰려와 까악까악 울면 병[초상]이 온다. 당이 있는 산에 가서 연장을 갖고 나무를 자르면 안 된다. 비 오는 날에 머리를 감으면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날[제사날]에 비가 내린다.’

7. 동물 관련 금기

‘개가 지붕으로 올라가 울면 집안에 재앙이 온다. 개가 풀을 먹으면 날이 굳는다. 고양이가 지붕마루에 앉으면 재수가 없다. 밤에 여우 소리처럼 개가 울면 집안이 망한다. 뱀이 집으로 들어오면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 산짐승을 너무 많이 잡으면 인생 말로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 집 구렁이를 죽이면 안 된다. 개가 땅을 파면 재수가 없다. 개가 새끼를 낳은 집 사람들이 초상집에 갔다 오면 개가 새끼를 잡아 죽인다.’

8. 농업 관련 금기

‘기우제 지낼 때 여자나 부정 탄 사람은 가지 못한다. 동짓날 눈이 많이 오면 6월 달에 비가 많이 와서 농사가 잘된다. 산에 오를 때 뱀을 보면 둥굴레를 많이 못 캐 오고 재수가 없다. 고추가 많이 열리면 다른 농작물도 풍작이고 적게 열리면 흉년이 든다. 도토리가 많이 열리면 풍년이고 적게 열리면 흉년이다[광시면]. 산에 갈 때 비린 음식을 먹지 않는다[산신이 좋아하지 않는다.]. 절에 갈 때 비린 음식을 먹지 않는다[산신이 좋아하지 않는다.]. 좀생이별이 달 앞으로 지나가면 흉년이 들고 뒤로 가면 풍년이 든다. 처음 열린 오이는 함부로 따 먹지 않는다. 해나무[회나무]가 위에서 아래로 잎이 피면 윗논에 먼저 모심고 아래에서 위로 잎이 피면 아랫논 먼저 모심는다.’

[예산 지역 금기의 특징]

예산 지역에 전하고 있는 금기는 크게 두 가지의 특징을 보인다. 첫째는 금하는 것 모두가 일상생활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민중의 삶과 금기가 일체임을 드러내는 것으로, 예산 지역의 금기 속에 예산 민중의 관습과 사상이 담겨 있음을 뜻한다. 둘째는 ‘어떤 행동을 하지 말라.’라는 형식이 아니라 ‘그렇게 하면 좋지 않다.’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금기의 반대로 행동하면 좋다는 역설이다. 일례로 ‘아이가 상 모퉁이에 앉아 밥을 먹으면 거렁뱅이 된다.’라거나 ‘임산부의 남편이 짐승을 잡으면 안 된다.’ 등의 금기는 ‘아이가 밥상의 넓은 면에 편히 앉아 먹으면 잘산다.’의 의미가 되며, ‘임산부의 남편이 몸가짐을 조심하면 아이에게 좋다.’라는 의미를 띠게 된다. 이러한 특징이 지니는 의미는 금기가 무엇을 금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좀 더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삶을 지향한다는 것을 뜻한다.

때로는 지나친 금기가 민중의 행위를 구속하고 금기에 대한 얽매임으로 민중의 심리가 위축되는 등 금기의 부정적 요인도 존재했다. 그러나 금기에는 전통사회의 풍속을 유지하고 예산 민중에게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끝없이 제시하는 등 순기능이 뒤따랐다.

[참고문헌]
등록된 의견 내용이 없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