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기 씨는 올해로 딱 아흔이다. 도장 마을에 태를 묻고서 살아온 아흔 해 동안 할아버지의 반쪽인 구순임 씨는 장에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추운 바람을 이고 할머니를 기다리던 할아버지는 결국 다음 버스를 기약하며 전동스쿠터를 타고 집으로 갔다. 김양기 씨를 만난 날, 겨울을 재촉하는 찬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그날 도장 마을은 막바지 추수로 텅 빈 듯했다....
농사일 하랴, 살림하랴, 도장 마을 여성들은 늘 시간이 부족했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친한 부인들끼리 모여 노는 즐거움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은 여성들이 바쁜 농사일에서 잠깐 해방이 되는 날이다. 시부모님 눈치 덜 보는 집에 옹기종기 모여서 놀다보면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한다. “친한 부인들끼리 집에 모여서 놀았어. 비가 오면 놀고. 계란 삶아 먹고. 장구치고 놀고....
도장 마을은 고당산과 해망산 자락에 위치한 산골 마을이다. 해망산교를 지나 동네 입구에서 동네를 바라다보면 마을 뒤로 낮고 높은 산들이 첩첩히 쌓여있다. 고당산(高堂山)은 도장 마을의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228.5m 높이의 산이다. 고당산 아래 골짜기는 감뱅이골이라고 부른다. 해망산(海望山)은 마을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355.66m 높이의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