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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에 대한 염원이 담긴 운주사 천불 천탑과 축제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600010
한자 -世上-念願-雲住寺千佛千塔-祝祭
분야 문화·교육/문화·예술,종교/불교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 천태로 91-44[대초리 20-1]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나경수

[운주 문화 축제의 시원을 찾다]

화순의 운주사는 천불 천탑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천불 천탑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일반적인 불교의 불상과 불탑에서 찾기 어려운, 다양한 형태의 불상과 불탑들이 지금도 산등성이와 계곡을 따라 산재해 있다. 여기저기 널려진 석물들을 보면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불탑과 불상이 훼손되어 왔던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이런 운주사를 무대로 하여 1996년 제1회 운주 대축제가 화순군 주관으로 성대하게 열렸다. 1995년부터 우리나라에 지방 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수많은 자치 단체에서 지역 축제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화순 운주 축제 역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서막을 열게 된다. 그러나 운주 축제의 배경은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순군에서는 1995년, 전라남도에서 주관하는 제4회 시군 행정 연수 대회에 관광 부문에 대한 연구 논문을 작성하여 제출하기로 하고, 연구단을 구성하여 「도시 근교권의 관광객 방문 증진 방안」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쓰기로 결정을 하였다. 부군수를 연구 단장으로 하고, 문화 보 실장을 반장, 그리고 문화 관광 계장 외 5명을 반원으로 하여 논문을 작성 제출했다. 그 결과 전라남도에서 1995년 10월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 수상을 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하여 그해 10월 운주 대축제를 개최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태생적 동기 때문인지, 운주 대축제는 다음과 같은 개최 목표를 가졌다. 첫째, 운주사 전설에 얽힌 민중의 소박한 이미지를 화순 군민에 연결시키는 이미지 메이킹을 실현한다. 둘째, 운주사의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여 운주사와 화순군의 이미지를 정립하고 매력도 창출 한다. 셋째, 이벤트를 개최하여 기후와 자연에만 의존하는 단순 관광에서 오는 관광 비수기의 약점을 극복 한다. 넷째, 관광 수입 증대로 관광 산업 및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

운주 대축제의 개최 목표를 볼 때, 기획 의도가 지역 소득과 연계시키는 전략과 공격적인 이미지 제고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운주 대축제가 겨냥하고 있는 대상은 화순 군민이 아니라 바로 외지의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운주사의 축제 옛 원형을 찾다]

운주사는 글로 전하는 역사는 없고 말로 전하는 전설만 있다. 글과 말에 대한 신뢰도는 다르다. 글로 써진 역사를 가지지 못한 운주사는 그 역사에 대한 많은 의심을 벗어던지지 못한 채, 전설에 기대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특히 운주사의 성격을 함축적으로 드러내주는 전설은 바로 와불(臥佛) 전설로서 그 전체의 대의는 아래와 같다.

옛날 도선 대사가 하룻밤 사이에 이곳에 천불 천탑을 세우기로 하였다. 하늘에 대고 기도하자 하늘에서 천 여 명의 선동 선녀가 내려와서 불상과 불탑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역사는 반드시 하룻밤 사이, 첫닭이 울기 전까지 마쳐야 하는 일이었다. 날이 새면 선동 선녀가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도선 대사는 해가 뜨는 것을 늦추기 위해서 일봉암이라고 하는 바위에 해를 묶어 두었다. 새벽녘까지 모든 일이 순조로워 천불 천탑이 거의 다 조성되고, 이제 와불만 일으켜 세우면 되었다. 그런데 일을 돕던 대사의 상좌가 일에 지쳐 그만 첫닭 우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와불을 세우려던 하늘의 선동 선녀들이 일순간에 모두 하늘로 돌아가 버렸다. 그래서 와불을 세우지 못하고, 지금도 그렇게 누워 있는 상태로 있다.

운주사의 천불 천탑이 보여주는 낯설음은 상식과 기대치, 그리고 예측성 모두를 벗어나 있는 데서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불교 미술사에서 기록이 없는 작품은 그 작품의 양식에 의거하여 그것이 만들어졌을 시대를 추정한다. 그러나 운주사의 천불 천탑은 정제된 양식을 지니지 않았다. 유형 또는 양식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둘 이상의 유사 자료가 있어야 한다. 운주사의 천불 천탑이 예술적 동기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면, 지극히 조잡한 습작품이나 실패작에 불과하다.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돌미륵처럼 그것들은 대강 대충 다듬어져 있을 뿐이다.

운주사에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거대한 행사가 열려 왔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그 전승은 단절되고 말았다. 제보자에 따라서는 일 년에 두 번, 즉 초파일추석운주사에 많은 사람들이 운집했다고 한다. 그러나 두 시기에 모인 사람들의 규모나 그 의도에서 볼 때, 양자는 분명히 엄격하게 구별된다. 초파일의 경우는 불교 신자들, 특히 여성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의 사람들이 신앙적 목적을 위해 이곳을 찾았으며, 그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추석의 경우는 그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인파가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지역민들이 추석운주사에 모여든 동기와 목적은 뚜렷치 않다. 그러나 대개 30리 안팎에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했으며, 추석이 되면 당연히 그곳에 가는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특별히 모임을 주관하는 주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또 계획적인 행사가 치러진 것도 아니었으며, 다만 일종의 자연스런 놀이 마당이나 그것을 구경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고 한다.

운주사에는 이상과 같이 3가지의 형태를 달리하는 증거들이 전한다. 하나는 천불 천탑, 둘째는 전설, 셋째는 축제이다. 여기서 세 번째에 해당하는 축제는 그야말로 자연 발생적인 축제의 원형적 모습을 지녔다. 이미 일제 강점기에 단절되어버렸기 때문에 그 형태적 전승의 맥을 잇지는 못하지만, 1996년 새롭게 시작한 운주 대축제는 이러한 원형적 지역 축제를 먼 거리의 발판으로 한 것이었다.

[옛날 운주사 축제는 자연 발생적인 풍년 예축제였다]

일제 강점기에 전승이 단절되어버린 과거의 운주사에서 있었던 추석절 축제 마당은 어디에서 주관한 것이 아닌 자연 발생적인 난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어려서 축제에 참여한 적이 있었던 노인들의 말에 따르면 그냥 하루를 운주사 골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놀았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일정한 장소에 운집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추석이라는 특정한 명절에 그러한 행사가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 특별한 의미가 있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은 추석이라는 명절이 추수를 바로 앞두고 벌어지는 풍년 예축제라는 것이다. 들녘에는 황금빛 벼 단풍이 번져가는 시점이다. 벼만 아니라 오곡백과가 다 결실을 기다리는 시기이다. 이런 시기에 사람들이 특정 장소에 운집하여 하루를 즐긴다는 것은 곧 집단적 소망으로서의 풍년에 대한 염원이 발로된 까닭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운주사(雲住寺)는 말 그대로 구름이 머무는 곳이다. 구름은 풍요 다산을 의미한다. 또한 천불 천탑이 있다. 천이라는 숫자는 많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절이면서도 초파일이 아니라 추석에 수많은 주변 사람들이 모여 하루를 즐기는 것은 지극히 원시 주술적인 심성에서 발로된 집단적 기원의 한 형태, 다시 말하면 풍년을 미리 예축(豫祝)하는 기원적 의미를 가진 풍속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축제의 주관이 군에서 면으로 바뀌다]

지금은 운주 문화 축제가 화순군의 소위 대표 축제가 아니다. 한국의 고인돌이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2003년부터 화순군에서는 화순 고인돌 축제를 처음 열고, 그간의 운주 대축제를 도암면으로 이관하여 주관하도록 했다.

현재는 화순 운주 문화 축제 추진 위원회에서 주최를 하며, 도암면 번영회, 도암면, 운주사 등이 주관을 하고 있다. 한편 본래 화순 운주 축제는 가을 축제로 시작을 했지만, 요즈음은 초파일에 맞춰서 축제 기간을 잡고 있다.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으로 발전의 징검다리를 놓다]

축제의 잠재적 참가자는 화순 군민은 물론이요, 그 배후 도시로 인구 140만에 이르는 광주광역시가 포함된다.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며, 특히 천불 천탑을 소재로 하면서 매년 그 주제를 바꾸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2013년은 “천불 천탑으로 떠나는 여행, 힐링 속으로”를 주제로 하고 있다. 요즈음의 문화적 대세의 하나는 힐링이기 때문에 이를 주제어로 잡아 유인의 효과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2013년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행사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날인 2013년 5월 17일에는 법요식, 도암 농악단의 길놀이, 불교 무용, 개막식, 평양 민속 예술단 공연, 산사 음악회 순으로 진행되었다. 둘째 날인 5월 18일에는 「도장리 밭노래」 공연, 화순 문화원 공연, 직장인 밴드 공연, 하모니카 공연, 가요 큰 잔치, 도암리 농악단 공연, 폐막식 순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도장리 밭노래」 공연이나 도암리 농악단 공연 등은 지역 문화를 소개하고 자랑하는데 초점을 크게 두고 있고, 운주사에서 행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불교적 성격을 가진 행사도 아울러 진행된다.

전체적인 행사 내용은 위와 같이 진행되지만, 다양한 전시·경연·체험 행사를 마련하여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특히 축제 기간에 장터 시장을 개설하여 지역의 특산물을 소개하고 판매하여 지역 소득과 연계시키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축제 기간을 공휴일인 초파일로 고정시키면서 축제 참가자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다른 사찰들의 경우는 의례 중심의 초파일 행사가 일반적인데 반해서 운주사에서는 대중적 축제를 경험하면서도 또한 특이한 천불 천탑의 형상에 매료될 수 있기도 해서, 장소성과 시간성을 잘 활용한 축제로서 발전해가고 있다.

[운주사와 운주 축제의 의의]

운주사는 신비로운 사찰이다. 그러나 사찰이라기보다는 천불 천탑으로 유명한, 독특하면서도 개성이 강한 문화유산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불교 유적일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불교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민간 신앙의 유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 천불 천탑에 거는 기대는 민중들이 염원하는 풍요 다산 그 자체였던 것으로 보인다.

운주사의 가장 유명한 와불과 칠성암은 그 대표적인 유물이다. 두 불상이 일어서지 못한 채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 형상은 다산을 위해서 마치 잠자리에 든 부부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북두칠성의 별자리를 원형석으로 장치해놓은 모습은 수명장수를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풍요다산과 수명장수는 인류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이면서 간절하면서, 그러나 단순 보편적인 소망일 것이다. 이러한 소망의 실천은 바로 축제를 통해서 활성화되며 또한 전승될 수 있다. 비록 복원된 축제이기는 하지만, 물적 증거물로만 전해지던 운주사가 이제 동적 계기를 이루는 축제의 장소가 됨으로 해서 활력이 더해가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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