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6018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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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祖上 |
이칭/별칭 | 조상 단지,세존 주머니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남도 화순군 |
집필자 | 서해숙 |
[정의]
전라남도 화순군에서 부녀자들이 집안에서 모시는 신.
[개설]
화순군에서 조상은 쌀을 담은 단지 형태의 ‘조상 단지’와 주머니 형태의 ‘세존 주머니’ 두 가지 양상으로 구분된다.
[내용]
조상 단지는 마을과 전승자에 따라 ‘성주 단지’, ‘지앙 단지’, ‘지앙 오가리’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큰 방 윗목 선반 위나 광 구석 등의 선반 위에 올려놓고 모시는데, 한 해에 한 번 단지 안의 쌀을 갈아주는 일 외에 다른 의례는 없다. 세존 주머니는 ‘시주’, ‘시준’, ‘시조’, ‘문턱 지앙’이라 부르며, 대체로 안방 들어가는 문 안쪽 위에 걸어둔다. 길쌈할 때 처음 짠 베를 ‘가슴배기’나 ‘첫 가슴내기’라 부르는데, 그 베의 네 귀를 접어 주머니를 만들어 그 안에 쌀을 담아놓는다. 설, 추석의 명절 때에만 세존 주머니 밑에 명절 음식을 그대로 차려놓는다. 조상 단지와 세존 주머니 안의 쌀은 일 년을 단위로 하여 그해 수확한 첫 곡식을 찧어서 갈아놓는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그리고 쌀은 좋은 날을 받아 목욕재계한 뒤 갈아놓으며, 그 전의 쌀은 밥을 해서 집안 식구들만 나눠 먹는다. 이러한 의례는 아주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
[현황]
화순군 한천면 정리 정승동에서는 조상을 모시는 단지를 ‘지앙 단지’ 또는 ‘지앙 오가리’라 부르며, 안방 시렁 위에 모셔놓는다. 이 단지는 상서로운 물건이라 하여 잘 모시지 못하면 가정에 풍파가 생기고 가족이 아프게 된다고 믿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룬다. 좋은 날을 받아 목욕재계하고 새 나락을 찧어서 바쳐놓으며, 그 전의 쌀은 밥을 해서 집안 식구들만 먹는데 밥 한 톨이라도 버리지 않는다. 남에게 주더라도 깨끗한 사람에게만 주며 출산한 사람이나 짐승에게는 주지 않는다. 그리고 베를 짤 때 첫 베[가슴배기]를 잘라 단지를 싸거나 두르면 좋다고 한다.
단지 안의 쌀은 남에게 파는 법이 없으며 함부로 사지도 않는다. 조상 단지는 선영을 모시는 것과 다르며 자손 귀한 집에서 자손 낳게 해달라고 공 들인 것을 팔면 자식의 대가 끊긴다고 한다. 그래서 남에게 단지를 주면 자기 자식을 파는 것이라 생각하여 함부로 팔지 않는다. 또한 단지를 잘 모시지 못하면 ‘지골 맞아’ 죽는다고 한다. 조상 단지는 큰 집에서만 모시고 저금나간[분가한] 작은 집에서는 모시지 않는다. 단지는 새마을 사업 이후 탈이 없을 것 같아 없애버렸는데, 버릴 때 단지 안의 쌀은 밥을 해서 먹고 큰 비가 올 때 물에 띄워 보냈다. 문재순 제보자의 경우 집안에 동생이 급동정[동티]이 나서 죽자 이런 단지를 모셔도 무슨 소용이 있냐며 없애버렸다고 한다.
한편, 화순군 청풍면 한지리 순지동에서는 세존 주머니를 ‘시준’이라 부르며, 큰방 들어가는 문 안쪽에 걸어두었다. 전에는 바가지도 함께 걸어두었으나 지금은 주머니만 있다. 세존 주머니는 미영베[무명]를 짤 때 나온 첫 베인 ‘가슴내기’로 만들며, 사각형으로 네 귀를 맞추어 주머니를 만든다. 조상 단지처럼 그해 농사를 지으면 햇곡식으로 갈아주며, 갈아주기 전의 쌀은 식구들끼리만 나누어 먹는다. 곡식을 갈 때는 깨끗한 날을 받는다. 그리고 명절 때는 주머니가 있는 아래쪽에 장만한 음식을 차려놓지만 생일 때나 제사 때는 음식을 차리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이렇게 격식을 맞추어 조상 단지를 모시는 집을 찾기가 어렵다. 이는 단지를 모시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거나 자식들이 장성하여 부모 곁을 떠나고, 조상 단지를 모시는 일이 점차 까다롭고 조심스러운 점, 그리고 편리한 생활 패턴에 따른 심리적 배경 등이 그 이유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